어린 시절 저의 우상 아놀드 아저씨의 생애가 다큐로 제작되어서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슬펐어요.다큐를 보니 아놀드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정신적 육체적 학대와 폭력을 당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따뜻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놀드가 월등한 기량의 보디빌더였고 50여 차례나 넘게 대회에 침여해서 탁월한 업적을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반면에 1살 많은 아놀드의 형은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많이 받았구요. 아놀드는 원가정에서 받은 깊은 소외의 상처가 있었고, 이 고통 때문에 고국인 오스트리아를 떠나서 화려한 성공을 위해사 미국을 향했다고 스스로 증언합니다.그렇게 미국에 가서 아놀드는 놀라운 성공을 합니다. 보디 빌더와 영화 배우 그리고 정치인(캘리포니아 주지사)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으니까요. 또 결혼도 미국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딸과 했으니 개인적 삶도 화려하게 성공했던 것이죠.그런데 아놀드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상당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위중한 상태여서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아버지가 회복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미국으로 갔고,미국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었다고 고백합니다. 이걸 보면 아놀드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상당히 강했고,아놀드가 그 감정을 다 누르고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그가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 인간 터미네이터 연기를 그렇게 잘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알 수 있는 거지요)이렇게 감정이 억압된 사람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영화 배우가 되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초기 출연했던 영화에서는 아놀드보다 말이 얼굴로 감정 표현을 더 잘 한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아놀드가 자기 아들이 아버지인 아놀드를 미워하고 원망하게끔 하는 실수를 저질러서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자기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처럼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입니다.아놀드는 가정부와의 관계에서 혼외 아들이 있었고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혼외 아들이 본부인 아들보다 며칠 더 일찍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혼외 아들이 형) 아놀드는 본부인에게서 낳은 아들보다 혼외 아들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보이면서 함께 운동을 했기 때문에 본부인의 아들이 상당한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아놀드의 아버지가 형에게만 관심과 사랑을 주면서 아놀도는 배제했던 것과 똑같은 상처를 아들에게 준 것이지요. 아놀드는 이로 인해서 이혼을 당했고, 온가족이 특별한 날에는 다 같이 모이지만, 한 지붕 밑에서 한 가족으로 살 때 같지는 않다고 이것이 자신의 과오라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넷플릭스 다큐 아놀드는 그냥 아놀드의 화려한 성공만을 보면 재미있 볼 수 있는 영상물이지만 그 성공 밑에 흐르는 한 사람과 한 가문의 세대를 거듭해서 이어지는 상처와 고통을 보면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밑바닥에 흐르는 두 세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를 보면서 슬픔을 느꼈습니다.이 다큐를 오락물처럼 상층의 성공 이야기만 보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다큐의 행간을 보신다면 화려하게 성공한 사람이 들려주는 내면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아버지가 살았던 고통의 삶을 아버지도 아들도 원치 않지만 아들도 그 굴레 속에서 똑같이 살게 되는 것, 그 슬픔과 안타까움이 이 다큐 안에는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에 대해 다큐가 말해주지는 않네요. 이 다큐를 후자의 안목으로 깊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큐에서 아놀드가 니체의 말을 멋지게 인용합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아놀드의 외적인 삶만을 보면 그 말이 참으로 멋져 보이고 맞는 것도 같습니다.그렇지만 아놀드는 자기 속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고통 불안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을 다 억업했고, 그런데 그것이 자기 삶을 가장 깊은 곳에서 끌고 갔고, 아들에게도 상처를 주어서 고통 불안 분노 두려움을 가지고 살게 만들었네요.너무 슬픈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