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우리 여름날 우리

성범죄변호사

너결식을 개봉날 태풍 뚫고 보고 와서 그런가 리멬이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여태 묵혀놨었다ㅋㅋㅋ 그리고 너결식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호의적이었지만ㅎㅎ초반 섹드립과 매끄럽지 못한 감정선이 아쉬웠어서 리메이크도 기대가 안됐음ㅎㅎ그러다 상견니 영화 보러 간다고 드라마 재탕했고요? 넘쳐흐르는 광한 사랑에 드디어 여름날 우리를 보기 시작함 일단 원작과 다르지만 가장 맘에 들었던 설정1 남주가 수영선수로 나옴 2 남주가 수영 선수로 나와서 좋은 점 나열 – 영화의 청량함이 올라감 – 체육특기생 전형 살려서 대학 간 부분이 개연성 있음- 광한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맘껏 볼 수 있음^^- 그리고 이 설정이 영화 후반에 아주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서 진짜 리멬 잘했다고 느낌 너결식이 오래된 사진앨범과 같은 톤이라면 여름날 우리는 대만 영화에 바라는 그 mood가 살아서 신기했다ㅋㅋ분명 크게 보면 같은 스토리인데 완전 대만 청춘물 그잡채 그런데 망사의 씁쓸함을 살짝 곁들인…ㅠ​처음으로 와 이거..원작보다 포인트를 잘 살린다 했던 신은 여주가 가정폭력 하는 아빠 때문에 남주한테 집에 가라고 했던 부분 여기서 원작과는 다르게 그 말을 하는 용츠의 비참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겠어 그 모습을 보여준 것도 비참한데 아빠 때문에 결국 전학을 가게 된 게 너무 맘이 아팠음 ​그리고 시간은 타임워프를 해서 대학생으로 넘어가는데 또! 중요한 포인트 용츠와 샤오치의 유치장씬에서 샤오치의 나레이션​나는 이때까지 죽어라 노력해 대학에 갔고 그녀만을 향해 달려왔다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하지만, 그녀에게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베프로 지내자는 여주의 말에 내가 이래도 안 좋아해 줘??어떻게 그래??가 아니라 그녀에게 진정 무엇이 필요할까 되묻는 나레이션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수영선수로서 샤오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흐름이 섬세하다고 느꼈다 ​그냥 내 느낌으로는 용츠에게 필요한 건 안정감이었고, 그때 당시 사귀었던 남친은 (바람둥이였지만) 용츠에게 안정감을 주던 사람이었고 샤오치의 (용츠와 관계적인) 위치에서 봤을 땐 수영선수로 성장하는 게 안정의 또 다른 이름인 것 같았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결핍을 가진 여주와 그로 인한 안정 그리고 후회라는 키워드를 그린다그저 그런 청춘물이 될 수 있었던 영화를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부분이라 계속 할 말이 많아짐ㅋㅋㅋ​대학생 때 이 둘은 다시 한번 이별을 하는데 그 헤어짐의 발단이 나를 믿냐 아님 저놈(남친)을 믿냐 하는 믿음의 문제인 게 좋았다 믿음이 깨졌을때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걸 후반에도 계속 보여주는데 그 초석을 다진 게 대학시절 에피라고 생각함 그리고 역시나, 여름날 우리도 행복했던 시절은 짧다 너결식보단 길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정말 딱 감질나게 끊음^^​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샤오치가 부상을 당하는 장면과 그 뒤의 톤이었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불행들은 처음 닥쳤을 땐 그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다 불행은 서서히 삶을 덮치고 그제야 우리는 그게 불행임을 깨닫는다용츠를 구하려다 다친 샤오치는 그러거나 말거나 병원에서 (심지어 1인실도 아님..) 용츠와 뜨거운 키스를 갈긴다 보면서 얘들아 제발 1인실에서 해주면 안될까 했음ㅋㅋㅋㅋ그렇게 둘은 행복한 동거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샤오치의 부상이 둘 관계에 족쇄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게 너무..참담했다ㅠㅠ월세내는걸로 자격지심 가지는 샤오치.. 용츠의 선물에 맘껏 기뻐하지 못하는 샤오치 그리고 용츠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몸이 지금보다 나았을까 후회 하는 샤오치 ​그 후회는 용츠에게 트라우마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술에 취한 아빠가 용츠와 엄마를 향해 내뱉었던 ’너네만 없었어도‘ 와 그 뒤에 이어지는 폭력으로 오버랩됐겠지 용츠는 네가 뱉은 후회의 말이 우리 사이를 맴돌 거라면서 무너지듯 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장례식씬과 그 뒤 해어짐이 제일 슬펐고 안타까웠다 왜냐면 둘은 상대에게 보인 눈물의 타이밍이 달랐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용츠가 울때 샤오치는 울지 않았고 샤오치가 밀라노에 갈 거라는 용츠를 붙잡을 때 그녀의 손에 반지는 빠져있었다 둘은 또다시 헤어졌지만 그 헤어짐을 동시에 경험하진 않았다 그래서 엔딩이 완벽한 헤어짐의 엔딩이라고 느꼈다 너결식의 방점이 낚시터에서 새벽안개에 잠기는 김영광에 있다면 여름날 우리는 이 마지막 엔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는 시간에​물론 아, 원작이랑 다르게 그냥 용츠 손잡고 뛰쳐나가면 안됨?라고 오천 번 정도 생각했는데 샤오치의 셔츠를 보는 순간 직감했음 아..이거 ‘그’셔츠구나 그 셔츠 입고 진짜 보내주려나 보다..그때부터 눈물 줄줄 (물론 그전부터 울고 있었음) ​이미 결말을 알고 있어서 설마 하는 마음보단 헤어짐을 향해 가고 있구나라는 감상이었지만 원작과 다르게 정말.. 둘의 온전한 헤어짐을 그렸다는 게 너무너무 슬펐다​처음 보는 사람들도 물론 재밌게 보겠지만 원작을 알고 보는 사람들이 더 와닿는 게 많은 영화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