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한국 OTT 전면 삭제 – 컨텐츠 불법공유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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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티비, 무엇이 문제인가?​누누티비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소재지를 두고 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불법 스트리밍 업체이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 유료로 제공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으며 이렇게 불법공유된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한 사용자들에게 불법 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취하고 있다. ​이에 국내의 영상콘텐츠업계는 2월 2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하였고 3월 9일 형사고소를 접수한 상태이다. 이후 3월 16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K콘텐츠 불법 확산 대응 TF를 구성하였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2021년 10월 12일 해당 스트리밍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각 인터넷사업자에 요청했다는 설명을 낸 바 있다.​이에, 누누티비는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시즌을 비롯한 모든 국내 OTT 자료를 이번 주 내 삭제하기로 하였다는 공지를 한 상태이다.​​누누티비가 이슈는 되었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았다.​사실 누누티비 이전에도 컨텐츠 산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던 사람이라면 유사한 사례가 많았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 웹툰 유료연재분의 불법공유가 문제가 되었고 그보다 이전에는 불법 스캔본 만화책이, 그보다 더 이전에는 와레즈를 필두로 한 불법복제로 인한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 사태가 있었다. 더 앞으로 나가자면 음원 P2P 사이트들이 있었겠다.​컨텐츠/IT 산업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불법공유의 문제였다. 게임사나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정품 패키지에서만 확인 가능한 각종 패스워드 체계를 두거나 DRM 등의 각종 장치들을 마련하였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을 막고 뚫리고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고 웹툰이나 만화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뾰족한 파훼법을 두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여전히 인기작품들은 조금만 인터넷을 뒤져보면 불법공유가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출판만화의 몰락에는 불법 스캔본에 앞서 도서대여점이라는 또 다른 요인이 있었지만 이는 불법공유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고는 하더라도 도서대여점 자체가 불법적인 유포는 아니었으므로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한 편으로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서도 불법 복제 외에도 게임잡지사들 간의 번들CD 제공 치킨게임이 있었지만 그 또한 포스팅의 주제에서는 다소 벗어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이므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어보도록 하겠다.​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 가지 공통적인 부분은 이러한 불법공유로 인한 특정 컨텐츠 산업군의 몰락 또는 변형이 심각해지는 데에는 인터넷 등의 통신망을 통한 불법공유가 시작되고 나서부터였다.​통신망의 발달 이전에도 해적판 만화책이나 백업CD라고 불리우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CD 등 오프라인 기반의 불법 카피 상품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정품을 구매하는 것 대비해서 많은 디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일단 카피상품 제조자가 끌어들일 수 있는 인원이나 자원, 기술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만든 상품 대비했을 때 그 품질이 조악해지는 부분은 피하기가 어려웠다. 열악한 자금이나 사업 인프라는 유통에도 제한이 생겼기 때문에 정품 대비 소비자 접근성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해커들은 보다 적은 자본으로 보다 쉽게 팀을 짜서 소프트웨어의 보안을 우회했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수많은 음원과 만화책들이 P2P나 웹 기반으로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 사진: Unsplash의Kevin Ku ​왜 이렇게 되는가? – 1. 시장 접근성.​이 블로그의 카테고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과거 필자는 라이트하게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부류의 게이머였다. 지금은 스팀 게임 등으로 표현되지만 과거에는 패키지 게임이라고 불리웠던 오프라인 기반의 게임을 즐겨했었고 어린 시절 8비트 패미컴 게임기부터 게임을 시작했었다. 아직도 고향 집에 내려가보면 학창시절에 사 모았던 게임패키지나 CD들이 남아있다. ​그 CD들을 딱히 플레이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 PC에는 잘 호환도 안 되는 매체들인데 아직도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시절 정품게임을 구하려면 상당히 애를 써야 했던 기억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PC 게임 같은 경우는 지방에서 적당한 구매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서점이나 문방구 한쪽 구석에 한정적으로 들여놓은 패키지를 집어들어 구매하거나, 전자상가까지 먼 걸음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발품팔아서 CD를 사 들고 오면 인터넷에서 게임을 다운받은 친구들 사이에서 바보 취급이나 당하고 ‘집에 인터넷이 안 달려 있어서 사다 깔아야한다’는 핑계를 머쓱하게 대곤 했다. 사실 이게 맞다. 당시의 느린 인터넷 통신망으로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걸어나가지 않고도 게임이나 음악, 영상물 등을 얼마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나가서 음반이나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어떤 열정이나 팬쉽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사진: Unsplash의Hasan Almasi 왜 이렇게 되는가? – 2. 검열이나 로컬라이징.​이 부분 무시 못한다. 대한민국은 불과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고 지금도 일정 부분 만큼은, ‘하지 말라는 거 더럽게 많은’, ‘유교 탈레반 국가라고 자국민에게 씹히는’ 일제 문화의 잔재와 묘하게 합쳐진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국가이다. ​고교시절 TV에서 방영된 원피스는 사탕을 물고 있는 상디와 까만 색도 회색도 아닌 어중간한 색깔의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조로를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이전에 발행된 만화책들은 제대로 편집조차 안 된 채 덕지덕지 칠해진 화이트자국을 볼 수 있었다. ​고(故) 미우라 켄타로가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든 ‘베르세르크’는 만화가 아니라 작품이라는 평까지 듣는 명작이다. 이걸 전체연령가로 발간하겠답시고 모자이크나 화이트칠로 떡칠하고 시대에 안 맞게 쫄쫄이 타이즈를 입혀놓고 정발했다면 이걸 돈 주고 사느니 일본판 원작을 직구해서 소장하거나, 아니면 불법 번역본을 구하는 선택지를 고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기조는 애니메이션이나 출판만화 등의 컨텐츠에서 원작 지상주의 등의 형태로 많이 발생했던 일이다. ​​왜 이렇게 되는가? – 3. 재사용의 어려움.​이 포스팅에서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문화컨텐츠 분야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영화이다. 영화 또한 지루할 때 시간 떼우는 용도로 많이들 다운받아서 본다. 비록 DVD가 정식으로 발매되어 있고, 역시 VOD 등의 정식 구매처가 존재하지만 불법으로 다운받아서 보는 경우 또한 못지 않게 많다. 아무리 명작 영화라고 해도 “1일 1깡”하듯이 “1일 1대부 하였습니다” 식으로 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물론 극장 상영작이 한정적이라는 것과,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체험 상 압도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불행히도 극장에서 보는 외에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면 불법공유된 컨텐츠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안타깝게도 이처럼 문화컨텐츠 또한 소비되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수 십번 돌려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수 십년동안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 또한 흔하지 않다. 대개는 한 두번의 경험 또는 체험으로 끝나게 된다. ​결국 한 두 번 쓸 물건에 비용을 들이는 부분에 대한 반발심 또한 이러한 불법 공유 컨텐츠의 사용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가 어린 시절 게임상점에서 게임팩을 교환하거나 중고로 팔던 과정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싶다. ​​마치며..​맛있는 식당의 파인 다이닝은 그 한 끼 식사에서 끝난다. 유원지의 입장료는 그 날 하루의 체험에서 끝난다. ​이처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1회적인 경험이나 도락에 지갑을 여는 상품은 문화컨텐츠 산업이 아니더라도 많이 있다. 다만 디지털화 가능한 물품들이 불법적인 복제와 공유가 수월하기 때문에 유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산업이라고 평가받지만 그것이 외려 독이 되어버리는 셈이다.​그렇지만 이러한 불법공유물의 사용과 그로 인한 문화컨텐츠 크리에이터 내지는 자본의 투자 효용이 끊임없이 낮아진다면 어쩔 수 없이 추가적인 생산은 중단되고 현행 게임시장에서의 과도한 DLC정책이나 소위 가챠라고 불리우는 확률성 상품과 같은 병폐를 낳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드라마 한 편 보겠다고 TV 앞에서 각종 보안 절차를 해제하고 해괴망측한 전용 안경 같은 걸 쓸 날이 다가올 수 있다.​​​